비거리를 늘리고 싶은 마음, 저도 똑같아요. 그런데 그 꿈이 그냥 공짜로 이루어지진 않더라고요. 저희 프로들도 웨이트 트레이닝하고 스트레칭하고 식단까지 관리하면서 몸을 바꾸는 노력을 계속하는데, 그렇게 애를 써도 스윙이 흔들리거나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데 오늘은 힘을 더 키우는 방법이 아니라, 같은 스피드로 구질만 바꿔서 거리를 더 보내는 연습을 말씀드리려고 해요. 저는 우승을 노리던 시절에 드라이버와 아이언 모두 주로 드로우 샷을 구사했어요. 핀이 앞핀이거나 공을 세워야 할 때만 페이드를 썼고요. 드라이버를 드로우로 치는 게 비거리에 그만큼 확실한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홍순상 프로 — 하이 드로우 만드는 법 영상 · SBS Golf 아카데미 제공

01드로우가 유리한 이유는 힘이 아니라 효율이에요

드로우는 단순히 왼쪽으로 휘어지는 구질이 아니에요. 스핀양이 적고, 공이 착지한 후 앞으로 전진하는 힘이 강해서 런이 많이 발생해요. 그래서 캐리 거리 자체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런이 더해지면서 토탈 거리가 멀리 가는 거예요.

아이언은 원하는 만큼 캐리를 쳐서 공을 세우는 게 유리하지만, 드라이버는 떨어뜨린 지점에 정확하게 세워야 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러니 멀리 굴러가는 드로우 구질이 드라이버에는 훨씬 유리한 거예요.

02드로우 만드는 두 가지만 기억하세요

제가 알고 있는 가장 심플한 방법을 말씀드릴게요. 첫 번째는 정렬이에요. 공이 왼쪽으로 휘어질 거니까, 방향을 오른쪽으로 설정해 주셔야 해요. 이때 스탠스와 골반, 어깨가 같이 발의 라인을 따라가 주는 게 중요해요.

홀 가장자리에 있는 벙커를 좋은 타겟으로 삼으셔도 좋아요. 우리나라는 오비가 많으니, 벙커에 들어가는 게 오히려 큰 실수를 막아주는 경우도 있거든요. 벙커를 피하려고 하기보다 벙커를 겨냥하고 치는 게 마음을 더 편하게 만들어줄 수 있어요.

두 번째는 백스윙 탑이에요. 측면에서 봤을 때 내 왼팔이 내 어깨 라인과 최대한 평행에 가까운, 낮은 탑을 만들어 주시면 좀 더 완만한 궤도를 가질 수 있어요. 이때 느낌은 양손이 어깨 라인보다 위로 올라오지 않는다는 이미지예요. 물론 팔 길이 때문에 손이 어깨보다 높을 수밖에 없지만, 그 느낌만 가져가셔도 충분해요.

다만 손만 잡아당기듯이 회전하시면 안 돼요. 몸의 회전을 따라 손이 같이 가는 느낌이어야 해요. 그리고 '왼쪽 어깨를 낮게 위치해야 한다'는 말에 너무 집착해서 일부러 어깨를 떨어뜨리려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어드레스만 잘 서 있으면 이 높낮이는 회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만큼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걸 한 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해요.

03슬라이스가 걱정되신다면, 생각을 반대로 뒤집어보세요

처음 골프를 시작하면 보통 페이드성 슬라이스가 많이 나오죠. 그래서 드로우를 치고 싶어도 겁부터 나실 수 있어요. 그런데 구질을 바꾸는 건 스윙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실 시각적인 이미지를 바꿔야 하는 문제이기도 해요. 반대 이미지를 가져 주시는 게 큰 도움이 됩니다.

보통 슬라이스가 많으신 분들은 오른쪽으로 커브를 돌지 않으려고 공을 왼쪽으로 보내려 하시는데, 그렇게 할수록 공은 오히려 더 큰 커브를 그리면서 오른쪽으로 돌아요. 반대로 공을 왼쪽으로 미스하시는 분들은 몸을 못 열어서 그런 경우가 많은데, 왼쪽 미스가 걱정될수록 몸을 더 잘 열어줘야 그 미스를 피할 수 있어요. 한 번쯤은 이 생각의 틀을 깨셔야 해요.

오늘 배운 두 가지만으로 하루아침에 구질이 바뀌진 않아요. 하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드로우를 구사할 줄 알고, 이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오히려 슬라이스가 교정되는 경우도 많아요.

04'하이'의 정의부터 다시 잡아볼게요

하이 드로우라고 하면 자꾸 공을 띄우려고만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제가 말씀드리는 하이 드로우의 '하이'는 그런 뜻이 아니에요. 일반 골퍼분들은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공이 많다 보니, 공이 솟아오르면서 높아지는 형태의 구질을 자주 보게 되는데, 프로들도 이런 구질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말씀드리는 하이 드로우는 드로우를 통해 스핀이 줄어든 상태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낮은 스핀으로 더 멀리 가는 구질이에요. 스핀만 줄여주면 높은 탄도가 오히려 유리해져요. 캐리거리가 좋아지고, 벙커 같은 장애물을 넘길 때도 훨씬 유리해집니다.

오른쪽을 겨냥한 정렬과 낮은 백스윙 탑, 드로우를 만드는 두 가지 조건
오른쪽을 겨냥한 정렬과 낮은 백스윙 탑, 드로우를 만드는 두 가지 조건
오른쪽을 겨냥한 정렬과 낮은 백스윙 탑, 드로우를 만드는 두 가지 조건 영상 캡처 · SBS Golf 아카데미 제공

05몸이 너무 빨리 열리면 드로우가 도망갑니다

탑을 낮게 만들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드로우가 완성되는 건 아니에요. 몸이 너무 잘 열리게 되면 릴리스 타이밍이 늦어져서 공이 왼쪽으로 커브를 안 그릴 수가 있어요. 임팩트 순간에 상체가 약간 열려 있는 건 괜찮지만, 최대한 공 정면에 내 몸이 기다려주는 상태에서 손과 클럽헤드, 팔이 몸을 지나가는 느낌으로 휘둘러야 공이 왼쪽으로 커브를 그려요.

이 느낌을 익히는 간단한 연습법이 있어요. 드라이버를 세워서 왼팔로 고정하고, 어드레스를 선 상태에서 오른팔만으로 스윙을 해보시는 거예요. 왼팔이 막혀 있으니 상체가 열리지 않고 팔이 지나가는 느낌을 아주 정확하게 느끼실 수 있어요. 이렇게 다섯 번 정도 휘두르면서 상체가 어느 방향에 있고, 팔이 몸의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을 때 지나가는지 느껴보시면 좋아요.

06탄도를 높이는 건 오히려 쉬워요

드로우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을 만큼 몸에 숙달이 됐다면, 이제 탄도를 조금 더 높여서 캐리 거리와 총 거리를 함께 늘릴 차례예요. 스윙이 달라지는 게 아니에요. 똑같은 방법에서 티를 조금 더 높게 하고, 어드레스 상태에서 체중을 오른쪽으로 조금 더 옮겨주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이미지예요. 굉장히 높게 떠서 큰 커브를 그린다는 이미지를 미리 가지고 스윙에 들어가시면 좋아요. 대부분은 릴리스를 잘 못 하시는 경우가 많으니, 조금 더 과감하게 돌린다는 생각으로 하셔도 멋진 드로우가 나올 거예요.

07출발 방향을 확인하는 연습법

드로우가 완성되려면 공의 출발 방향이 확실히 오른쪽으로 나가야 해요. 타겟 방향으로 공이 출발했다면 그건 이미 미스샷에 가까워요. 왼쪽으로 휘어질 거라고 확신한다면, 출발을 확실하게 오른쪽으로 보내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선수들이 해외 훈련을 갈 때 잔디 연습장에서 자주 쓰는 방법이 있어요. 얼라인먼트 스틱을 타겟 라인 오른쪽에 꽂아두고, 그 스틱보다 오른쪽으로 공을 출발시키는 연습이에요. 페이드를 연습할 땐 반대로 스틱 왼쪽으로 출발시키면 되고, 공이 똑바로 안 나가는 분들은 스틱 두 개를 꽂아두고 그 사이를 통과시키는 연습을 하기도 해요.

스틱이 없어도 괜찮아요. 공이나 티, 플라스틱 페트병처럼 시각적으로 살짝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물건을 클럽이 닿지 않을 정도의 자리에 세워두시면 돼요. 처음 서보면 '이렇게까지 오른쪽을 봐야 하나' 싶을 만큼 부담스러운 느낌이 드는데, 그 느낌이 들어야 오히려 정확하게 선 거예요.

08오늘의 숙제

숙제는 간단해요. 공 앞에 한 발 이상 떨어진 자리에 기준이 될 물건 하나를 세워두세요. 얼라인먼트 스틱이든, 티든, 빈 페트병이든 상관없어요. 그리고 그 물건보다 오른쪽으로 공을 세 번 연속 출발시키면 오늘의 숙제는 성공이에요.

이 연습을 꾸준히 하시면 같은 힘으로도 더 먼 거리를 보낼 수 있게 돼요. 세 번 연속으로 성공하는 게 오늘의 목표이고, 익숙해지시면 앞서 말씀드린 대로 티를 조금 높이고 체중을 오른쪽으로 옮겨서 하이 드로우까지 완성해 보시길 바랄게요.

#LAB #하이드로우#비거리
홍순상 프로
홍순상 프로 · 투어 프로
투어 프로. SBS Golf·헤지스 골프·닥스 골프 등에서 필드 매니지먼트와 실전 스윙 레슨을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