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치다 보면 정말 이상할 때가 있어요. 특정 홀, 특정 상황만 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죠. 보통 이걸 징크스라고 하는데, 1번홀이나 18번홀에서 하는 실수, 버디 직후에 나오는 보기나 오비, 흔히 말하는 '버디값'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에요.
항상 같은 곳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거예요. 제가 이 아픈 기억을 다시 되새기려는 게 아니라,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골퍼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거예요. '나는 왜 이럴까'라는 생각은 그만하시고, '나도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먼저 가지시는 게 징크스를 극복하는 첫걸음이에요.
01징크스는 왜 자꾸 반복될까요
골퍼라면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최악의 샷을 경험할 수밖에 없어요. 이런 기억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다가 하필 중요한 순간, 결정적인 순간에 떠올라요. 그러면 또 실수가 나오고, 다음에 같은 상황이 오면 손발에 땀이 나고 몸이 경직되면서 또 실수를 하게 돼요. 그러다 보면 '나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밖에 할 수 없구나'라고 스스로 결론을 지어버리게 되는 거예요. 연습을 두세 배 늘린다고, 스윙을 뜯어고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에요.
저에게도 골프 자체는 아니지만 비슷한 게 하나 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요한 일을 앞두고 미역국을 안 먹는 것처럼, 저도 시합 전날엔 미역국을 안 먹으려고 해요. 예전에 제주도 시합 때 너무 먹고 싶었던 미역국을 참았는데, 그날 미역국을 시켜 먹은 선수들이 다 예선에서 떨어진 걸 본 뒤로 더 안 먹게 됐어요.
02가장 좋은 예방법, 프리샷 루틴
골프에도 예방법이 있어요. 1번홀과 18번홀에서 멋진 샷을 날릴 수 있고, 버디 직후에 보기가 아니라 한 번 더 버디로 라운드를 마무리할 수 있고, 내가 오늘 또 실수할 거라고 믿는 동반자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 바로 프리샷 루틴이에요.
프리샷 루틴은 공을 치기 전에 일관되고 반복적으로 하는 준비 동작이에요.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실 기회가 있다면 스윙만이 아니라, 공을 치기 전에 항상 반복되는 동작이 있다는 걸 보실 수 있을 거예요.
03제 루틴을 그대로 공개할게요
저는 연습 스윙을 두 번 해요. 첫 번째는 기술적인 부분을 신경 쓰면서 끊어서 하고, 두 번째는 끊김 없이 백스윙부터 피니시까지 한 번에 휘둘러줘요. 그리고 저는 연습 스윙을 마치고 난 그 순간부터를 프리샷 루틴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그 전까지는 어떤 동작을 하든 크게 상관없어요.
- 겨냥할 한 점을 찾는다연습 스윙을 마친 뒤 공 뒤에서 타겟을 바라볼 때, 공에서 너무 멀지 않은 지점 한 곳을 찾아요. 디봇이나 특정 잎, 색깔이 다른 잔디 같은 것도 좋아요.
- 그립을 잡으며 걸어 들어간다내가 칠 공을 그려보고 출발시킬 선을 그려본 다음, 그립을 잡으면서 공 쪽으로 걸어 들어가요.
- 정렬하고 왜글 한두 번찍어둔 점과 타겟을 보면서 정렬을 잡고, 왜글을 한두 번 해요.
- 타겟을 한 번 더 보고 시선이 돌아오면 바로 출발타겟을 한 번 더 바라본 다음, 시선이 공으로 돌아오면 지체 없이 출발시켜요.
04왜 하필 3초일까요
타겟을 바라봤다가 시선이 돌아왔을 때, 머릿속에 남아 있는 마지막 타겟 이미지는 8초쯤 지나면 서서히 희미해져요. 딱 8초에 끊기는 게 아니라 시선이 떠난 순간부터 조금씩 흐려지는 거예요. 그래서 그 이미지가 선명하게 남아 있을 때 출발시키는 게 좋아요. 저는 3초 안에는 출발해야 한다고 말씀드려요.
저처럼 헤드를 살짝 들고 있다가 시선이 돌아온 후 클럽을 내리고 출발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그래도 3초 안에만 출발하면 괜찮아요. 시간이 길어질수록 힘이 더 들어가고 이런저런 생각이 끼어들 수밖에 없거든요. '이 홀은 파브인데 실수하면 안 되는데' 같은 생각이 들기 전에 출발시키는 거예요.
05최고의 선수도 루틴이 흔들리면 실수가 나옵니다
2026년 마스터즈에서 로리 맥길로이가 우승했죠. 그런데 2라운드 13번홀 파5 티샷 영상을 보시면, 원래 빠르지 않던 루틴에서 타겟을 원래 가야 할 타이밍에 못 가고 한 번 더 바라봤다가 오른쪽 숲으로 티샷이 들어갔어요. 그 홀에서 결국 버디를 기록하긴 했지만, 저 같은 선수들은 경기를 하다 보면 다른 선수의 루틴이 보여요. '지금쯤 출발했어야 하는데 못 했다' 싶으면 그 선수가 어딘가 불편하다는 신호이고, 어김없이 실수가 나와요.
06루틴을 만들 때 주의할 점 두 가지
여러분만의 루틴을 만드실 때 지켜야 할 게 있어요. 첫 번째는 너무 거창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예요. 겨드랑이를 조이고 팔을 어디로 넣고 하는 식으로 의식처럼 만드실 필요 없어요. 내가 늘 쉽게 반복할 수 있도록 짧고 간결해야 해요.
두 번째는 마지막으로 타겟을 바라봤다가 시선이 공으로 돌아온 후에는 지체 없이, 주저하지 않고 출발시키는 거예요. 연습 스윙을 한 번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 타겟을 몇 번 봐도 상관없지만, 이 마지막 부분만큼은 꼭 지켜주세요.
07같은 시간 안에, 같은 동작으로
저도 예전엔 플레이가 굉장히 느렸어요. 잘 치고 싶은 욕심에 거리도 여러 번 재고, 긴장되면 판단도 잘 안 되고, 라이도 한 번 더 보고 싶고요.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반복하면서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답답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기술로 풀리지 않아서 멘탈 코치를 찾아가고 성공한 선수들의 사례를 들으면서 프리샷 루틴의 중요성을 알게 됐어요. 한 끝 차이는 스윙이나 비거리가 아니라, 이런 사소해 보이는 것들을 누가 해내느냐에서 갈립니다.
루틴을 만드는 연습 방법도 있어요. 스마트폰에서 시간과 횟수를 설정해 반복할 수 있는 타이머 앱을 쓰시면 돼요. 저는 항상 18초에 맞춰서 연습해요. 같은 동작을 같은 시간 안에 반복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꾸준히 연습하지 않으면 저도 조금씩 틀어져요. 반복하다 보면 나중엔 1초, 2초 차이도 크게 느껴질 정도로 예민해져요.
한 가지 연습을 더 알려드리면, 어드레스를 잡고 타겟을 바라본 다음 시선이 돌아오면 스윙 생각을 하지 않고 바로 출발시키는 연습이에요. 이건 완전히 습관이기 때문에,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느낌이 들기 전에 그냥 출발시키는 훈련이 반드시 필요해요.
08오늘의 숙제
본인만의 루틴을 만드셨다면, 타이머를 원하는 시간으로 맞춰두세요. 저는 18초에 맞추지만 여러분은 20초든 편한 시간이면 됩니다. 그리고 세 개의 공을 연속으로, 같은 동작을 같은 시간 안에 끝내시면 오늘의 숙제 성공이에요. 1초까지는 오차를 인정해드릴게요.
이 프리샷 루틴을 갖게 되면 코스에서 긴장될 때 여러분을 지켜주는 버팀목 역할을 해줄 거예요. 루틴 잘 만드셔서 재밌게 플레이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