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치다 보면 정말 이상할 때가 있어요. 특정 홀, 특정 상황만 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죠. 보통 이걸 징크스라고 하는데, 1번홀이나 18번홀에서 하는 실수, 버디 직후에 나오는 보기나 오비 — '버디값 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이런 건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거예요.

그런데 제가 여러분의 아픈 기억을 다시 되새기려는 게 아니에요.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런 상황은 골퍼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그러니 '나는 왜 이럴까'라는 생각은 그만하시고, '나도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먼저 가져주시는 게 징크스를 이겨내는 첫걸음입니다.

홍순상 프로 — 멘탈 관리법, 샷 직전 3초의 마법 영상 · SBS Golf 아카데미 제공

01징크스는 왜 반복될까요

골퍼라면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최악의 샷을 경험할 수밖에 없어요. 이런 기억은 내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다가 하필 중요한 순간, 결정적인 순간에 떠오릅니다. 그럼 또 실수가 나오고, 다음에 똑같은 상황이 오면 손발에 땀이 나고 온몸이 경직되면서 또 실수가 나와요. 그리고 이제는 확신해버리죠. '나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밖에 할 수 없구나' 하고요. 연습을 두 배, 세 배 한다고, 스윙을 뜯어고친다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예요.

02해결책은 미신이 아니라 루틴입니다

저도 사실 미신 같은 것에 흔들려본 적 있어요. 예전에 제주도 시합을 갔는데, 프로암 메뉴에 미역국이 있었어요. 시합 전에는 미역국을 안 먹는다는 얘기가 생각나서 참았는데, 그날 미역국을 시켜 먹는 선수들을 보니 다들 예선에서 떨어지더라고요. 그 뒤로는 더 안 먹게 됐죠. 재밌는 경험이지만, 뭐든 예방이 중요하잖아요. 그리고 골프에는 진짜 예방법이 있습니다. 1번홀과 18번홀에서, 버디 직후에, 똑같은 실수를 할 거라고 믿고 있는 동반자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수 있는 그 예방법이 바로 프리샷 루틴이에요.

03홍순상의 프리샷 루틴

프리샷 루틴은 공을 치기 전에 일관되고 반복적으로 하는 준비 동작이에요.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걸 보시면 스윙보다도 공을 치기 전 동작이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걸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제 루틴을 말씀드릴게요. 연습 스윙을 두 번 해요. 첫 번째는 기술적인 걸 신경 쓰면서, 두 번째는 백스윙부터 피니시까지 끊김 없이 한 번에 휘둘러요. 저는 연습 스윙을 마치고 공 뒤에서 타겟을 바라볼 때부터를 프리샷 루틴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그 전까지는 뭘 하든 상관없습니다. 공에서 너무 멀지 않은 지점, 디봇이나 색깔이 다른 잔디 같은 걸 찾아서 겨냥할 한 점을 정하고, 뒤에서 칠 공을 그려본 다음 그립을 잡으며 걸어 들어가요. 그 점과 타겟을 보면서 정렬을 잡고, 타겟을 한두 번 본 다음 시선이 공으로 돌아오면 바로 출발합니다.

04핵심은 3초 — 타겟 이미지가 사라지기 전에

정확히는 3초예요. 타겟을 바라보고 시선이 돌아왔을 때, 머릿속에 남아 있는 그 마지막 타겟 이미지는 8초 정도면 사라져요. 딱 8초에 뚝 없어지는 게 아니라 시선이 떠난 후부터 서서히 희미해지는 거죠. 그러니 그 이미지가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을 때 출발하는 게 좋아요.

어떤 골퍼는 클럽 패드를 공에 댄 채로 타겟을 보기도 해서 시선이 돌아오면 바로 출발할 수 있고, 저처럼 헤드를 살짝 들고 있는 경우엔 클럽을 살짝 내리고 출발해야 하는데, 그런 경우에도 3초 안에만 출발하면 괜찮습니다. 여기서 시간이 길어지면 점점 힘이 들어가고 잡생각이 들어와요. 7번 홀을 치면서 18번 홀 걱정을 한다거나, 오비 나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 같은 거요. 그런 생각이 들기 전에 출발시키는 게 핵심이에요.

05로리 매킬로이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2026년 마스터즈에서 로리 매킬로이가 우승했잖아요. 그런데 2라운드 13번홀, 파5에서 그의 티샷 영상을 한번 찾아보세요. 그 홀에서 버디는 했지만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소나무 숲으로 들어갔어요. 원래 매킬로이 루틴은 타겟을 네다섯 번 보고 그렇게 빠르지 않은데, 그 홀에서는 원래 출발해야 할 타이밍에 못 가고 한 번 더 바라봤다가 그런 샷이 나왔어요. 서드샷과 퍼트를 잘해서 버디로 마무리했지만, 한국 골프장이었으면 오비가 났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선수의 루틴이 평소 타이밍에서 벗어나면, 그건 뭔가 불편하다는 신호이고 실수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타겟을 보고 시선이 공으로 돌아오면 3초 안에 출발한다
타겟을 보고 시선이 공으로 돌아오면 3초 안에 출발한다
타겟을 보고 시선이 공으로 돌아오면 3초 안에 출발한다 영상 캡처 · SBS Golf 아카데미 제공

06나만의 루틴 만들 때 지킬 두 가지

루틴을 만들 때 주의할 점이 두 가지 있어요. 첫째, 너무 거창하지 않아야 해요. 겨드랑이를 조이고 오른팔을 밑으로 넣고 하는 식의 의식처럼 만들 필요 없이, 내가 항상 쉽게 반복할 수 있도록 짧고 간결하게 만드세요. 연습 스윙을 한 번 해도 안 해도 되고, 타겟을 한 번 봐도 네 번 봐도 상관없습니다.

둘째, 마지막으로 타겟을 바라봤다가 시선이 공으로 돌아온 후에는 지체 없이, 주저하지 않고 테이크어웨이를 출발시키는 것 — 이게 오늘의 핵심이에요. 요소가 몇 개든 상관없지만, 시선이 돌아온 다음에는 무조건 바로 가야 합니다.

07타이머로 연습하는 법

저는 스마트폰 타이머 앱에 원하는 시간을 설정해두고 반복 연습을 해요. 저는 항상 18초에 맞춰놓고 연습하는데, 같은 동작을 같은 시간 안에 반복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타이거 우즈도 예전에 1초 늦어서 샷을 실패하고 우승을 놓쳤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그만큼 시간을 세팅해두고 연습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또 하나, 시선이 공으로 돌아오면 스윙 생각은 하지 말고 그냥 바로 출발시키는 연습도 따로 해보세요. 저는 보통 공 열 개 정도를 연속으로 치면서 이 훈련을 하는데, 이건 다 습관이에요.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전에 그냥 출발시키는 훈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08오늘의 숙제

저도 예전 투어 초창기엔 플레이가 굉장히 느렸어요. 잘 치고 싶은 욕심에 여기 봤다 저기 봤다, 한 번이라도 더 재고 싶었죠. 결정적인 실수를 겪고 나서 그걸 해결하는 방법이 루틴이라는 걸 알게 됐고, 그 뒤로 말도 빨라지고 플레이도 훨씬 좋아졌어요.

오늘의 숙제
  1. 나만의 시간을 정하세요20초든 원하는 시간이든 타이머에 맞춰주세요
  2. 세 개의 공을 연속으로같은 동작, 같은 시간 안에 세 번 연속 끝내면 성공입니다. 1초까지는 오차로 봐드릴게요

이 프리샷 루틴을 갖게 되면 코스에서 긴장될 때 여러분을 지켜주는 버팀목이 되어줄 거예요.

#LAB #멘탈#프리샷루틴#징크스
홍순상 프로
홍순상 프로 · 투어 프로
투어 프로. SBS Golf·헤지스 골프·닥스 골프 등에서 필드 매니지먼트와 실전 스윙 레슨을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