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가 잘 맞은 날은 아이언이 엉망이고, 아이언이 손에 착 붙은 날은 드라이버가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 — 이런 경험 다들 한 번씩은 있으실 거예요. 저도 투어 생활 내내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드라이버 스윙이랑 아이언 스윙, 같아야 할까요 다르게 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스윙의 기본 원리는 같아요. 충분한 상체 회전과 하체로 다운스윙을 리드해서 클럽이 휘돌아 나오는 것, 이 원리는 드라이버든 아이언이든 똑같습니다. 드라이버는 팔로 치고 아이언은 몸으로 쳐야 한다, 이런 건 없어요.

홍순상 프로 — 드라이버와 아이언 셋업의 차이 영상 · SBS Golf 아카데미 제공

01그런데 왜 다르게 느껴질까요 — 세 가지 차이

헤드 모양부터 다르죠. 드라이버는 제가 가진 클럽 중 가장 멀리 칠 수 있도록 설계된 클럽이고, 아이언은 가장 정확하게 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클럽이에요. 한마디로 드라이버는 비거리, 아이언은 정확도와 컨트롤을 위한 클럽입니다.

두 번째는 길이예요. 드라이버로 갈수록 샤프트가 길어지면서 공과의 간격이 멀어지고, 옆에서 봤을 때 샤프트가 만드는 기울기가 더 완만해져요. 아이언은 짧고 가까운 만큼 샤프트가 더 서 있게 되죠. 이 기울기가 그대로 내 스윙 궤도에 영향을 줍니다.

세 번째는 임팩트 조건이에요. 드라이버는 클럽 패드가 최저점을 지나 올라오는 길에 맞아야 가장 좋은 탄도와 비거리, 스핀량이 나오고, 아이언은 헤드가 내려오는 길에 맞고 최저점이 그 이후에 만들어져야 정확한 임팩트와 스핀으로 그린에 공을 세울 수가 있어요.

02어드레스는 내가 칠 공을 미리 예약하는 것

이 설계 의도에 맞지 않게 스윙하시는 분들을 연습장에서 자주 봐요. 스윙을 너무 플랫하게 해서 헤드가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할 정도인 분, 아이언을 칠 때부터 땅을 쿵쿵 내려찍는 소리가 나는 분들이 있는데요. 이런 어드레스로 준비하면 드라이버를 들고도 찍어치기 좋은 자세를 스스로 만드는 셈이에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하나예요. 어드레스는 내가 칠 공을 미리 예약하는 것입니다.

공을 너무 중앙에 놓으면 탄도가 낮아져 비거리 손실이 생기고, 아이언에서 공을 억지로 띄우려는 동작은 특히 물이나 벙커를 넘겨야 할 때 더 두드러져요. 백스윙에서 머리가 너무 많이 이동했다가 원위치로 돌아오지 못하면 토핑이나 뒷땅으로 이어지고요. 세팅 하나에서 이런 문제들이 다 갈립니다.

03드라이버 세팅, 이 세 가지만 기억하세요

드라이버 준비 자세
  1. 공 위치왼발 뒤꿈치 선상에 놓아주세요
  2. 체중왼쪽 4 : 오른쪽 6 정도로 오른쪽에 조금 더 실어줍니다
  3. 시선타겟 선상 위쪽 — 연습장 중간 망이나 나무, 구름 같은 걸 한 번 바라봐 주세요. 실제 탄도보다 훨씬 높게, 저는 체감상 45도쯤 되는 지점을 봅니다

이렇게 기울기를 만들어주면 스핀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돼요. 슬라이스가 많이 나시는 분들은 보통 스핀이 많은데, 클럽 패드가 공에 스퀘어나 안쪽에서 들어와야 스핀량이 낮아지거든요. 그런데 이걸 손으로 만들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쉬워요.

04슬라이스가 많다면 — 오른발을 살짝 빼보세요

스윙을 바꾸지 않고도 궤도를 완만하게 만드는 실전용 방법이 있어요. 저도 시합 때 자주 쓰는 방법인데, 오른발을 뒤로 빼서 스탠스를 여는 거예요. 보기엔 발이 많이 뒤로 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생각보다 공이 그렇게 크게 휘지는 않아요. 발보다 상체와 골반의 정렬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오늘 당장 코스에 나가서 써보셔도 좋을 만큼 간단한 방법입니다.

디저트로 팁을 하나 더 드리면, 저는 주니어 때부터 공에 못을 박는다는 이미지를 갖고 스윙했어요. 못을 박을 때는 힘을 아껴 쓰지 않고 그 순간 100%를 쏟잖아요. 이 이미지를 가지면 공에 내 힘을 온전히 전달하는 느낌을 배울 수 있고, 스윙의 기술적인 부분을 덜 생각하게 되면서 오히려 최대 스피드가 나오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오른발을 살짝 빼는 것만으로도 궤도가 완만해진다
오른발을 살짝 빼는 것만으로도 궤도가 완만해진다
오른발을 살짝 빼는 것만으로도 궤도가 완만해진다 영상 캡처 · SBS Golf 아카데미 제공

05아이언 세팅 — 다운 블로의 느낌부터 알아야 해요

아이언은 체중을 5대 5로, 공 위치는 중앙이나 살짝 왼쪽이면 충분해요. 드라이버만큼 큰 척추 기울기는 필요 없고, 왼손이 오른손보다 낮게 잡히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기울기 정도면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운 블로로 맞는 느낌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해요. 이 느낌을 모르면 '오늘은 잘 눌러 맞았다, 좀 들려 맞았다'를 스스로 판단할 기준 자체가 없거든요.

제가 시합이나 라운드에서 자주 쓰는 실전용 방법은 이래요. 어드레스를 잡고 오른발 뒤꿈치를 살짝 들어주는 거예요. 체중이 왼발에 남으면서 머리 위치가 이동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회전하는 느낌을 만들 수 있어요. 풀스윙에서는 발가락 앞쪽 바깥쪽을 밟아주는 느낌으로 이어가면 됩니다. 머리 위치가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도는 감각을 익히는 것, 이게 다운스윙에서 머리가 좋은 위치에 남는 핵심이에요.

감이 익숙해지셨다면 반창고를 활용한 연습도 좋아요. 공 뒤에 공 두 개 정도 간격을 두고 반창고를 붙이고, 이걸 건드리지 않고 치는 연습이에요. 익숙해지면 간격을 공 한 개 정도까지 좁혀보시고요. 다만 그 이상 가깝게는 붙이지 마세요 — 너무 가까워지면 반창고를 피하려다 또 다른 스윙을 하게 되거든요.

06결론 — 스윙을 바꾸지 말고 세팅을 바꾸세요

필드에서 드라이버가 잘 맞는 날 아이언이 엉망이고, 반대의 날도 있는 이유는 어쩌면 두 클럽에 서로 다른 스윙을 하려고 애쓰기 때문일 수 있어요. 어느 프로 골퍼를 봐도 드라이버와 아이언 스윙이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처음 준비 자세에만 신경 쓰고, 스윙은 오히려 똑같이 한다는 느낌으로 가져가 보세요. 그게 더 잘 맞을 확률이 높습니다.

머리 위치를 고정하고 그 자리에서 도는 느낌이 다운 블로의 핵심이다
머리 위치를 고정하고 그 자리에서 도는 느낌이 다운 블로의 핵심이다
머리 위치를 고정하고 그 자리에서 도는 느낌이 다운 블로의 핵심이다 영상 캡처 · SBS Golf 아카데미 제공

07오늘의 숙제

오늘의 숙제
  1. 드라이버거울이 있는 타석을 찾아 공 위치, 체중 6, 타겟 선상 위쪽 바라보기 — 이 세 가지 준비 동작으로 어드레스를 완성해 보세요
  2. 아이언공 뒤에 반창고를 붙이고 두 번 연속으로 건드리지 않으면서 깔끔한 다운 블로 느낌을 만들면 성공입니다
#LAB #드라이버#아이언#어드레스
홍순상 프로
홍순상 프로 · 투어 프로
투어 프로. SBS Golf·헤지스 골프·닥스 골프 등에서 필드 매니지먼트와 실전 스윙 레슨을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