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작의 움직임 하나가 결과를 바꿀 수 있어요. 총의 방아쇠, 육상 경기의 출발 신호처럼 골프에도 백스윙을 들기 위한 트리거가 있어요.

제가 일반 골퍼분들과 라운드를 하거나 골프 얘기를 나눌 때 정말 많이 받는 질문이 있어요. 어드레스한 상태에서 도대체 어디부터, 어떻게 움직여야 백스윙이 시작되는지예요. 사실 이 질문 하나에 좋은 스윙의 비밀이 숨어 있어요.

홍순상 프로 — 스윙을 바꾸는 트리거의 비밀 영상 · SBS Golf 아카데미 제공

01트리거는 몸이 얼어붙지 않게 해주는 신호예요

트리거는 원래 총의 방아쇠를 뜻하지만, 골프에서는 백스윙을 출발시키기 위해 몸에 주는 작은 시작 신호를 말해요. 트리거는 백스윙을 시작하는 역할만이 아니라, 손과 팔, 어깨, 골반이 따로따로 움직이지 않고 하나로 연결된 움직임이 되게 해주는 역할도 해요.

트리거가 없으면 어드레스 상태에서 몸이 굳어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백스윙을 시작해야 하는데 몸이 얼어붙어서 출발을 못 하는 경험, 아마추어뿐 아니라 프로 골퍼도 겪어요. 스포츠 심리학에서는 이런 경우를 트리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요. 트리거는 '이제 생각을 멈추고 스윙을 시작할 때'라고 몸에 말해주는 스위치인 셈이에요.

02왜 예전 선수들은 하체를 크게 움직였을까요

흑백 영상 속 벤 호건, 진 사라센, 보비 존스 같은 레전드들의 스윙을 보면 하체 동작이 굉장히 커요. 왼발 뒤꿈치가 들릴 정도로 하체를 많이 쓰는데, 이게 바로 백스윙을 출발시키기 위한 트리거였어요.

그런데 1980년대쯤부터 '잘 잡아놓은 자세를 스스로 흐트러뜨릴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 나오면서 선수들이 점점 정적인 자세에서 출발하기 시작했어요. 문제는 너무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출발하면 클럽, 팔, 어깨, 골반의 리듬이 좋지 않다는 거예요. 다운스윙으로 전환할 골반의 준비도 늦어져요. 반대로 살짝 반동을 주고 출발하면 골반이 이미 열려 있고 클럽 세팅도 먼저 끝나 있어서 준비가 훨씬 빨라져요.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예요. 야구, 테니스, 농구 모두 방향을 전환할 때 가만히 있다가 출발하는 것보다 살짝 반동을 주는 쪽이 훨씬 효율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요.

03타이거 우즈와 로리 맥길로이, 서로 다른 트리거

타이거 우즈는 임팩트 전 손을 살짝 앞으로 밀었다가 출발하는 '포워드 프레스'를 써요. 아이언, 드라이버뿐 아니라 웨지와 퍼터에도 같은 트리거를 적용하고요. 손이 먼저 움직이고 몸통 중심의 움직임은 작기 때문에 더 정교한 컨트롤에 도움이 되는 트리거예요.

로리 맥길로이는 체중을 오른쪽으로 살짝 이동시킨 뒤, 넘어가는 체중의 힘으로 클럽헤드를 움직여요. 하체가 먼저 움직이는 트리거라 더 큰 근육을 쓸 수 있고, 손보다 발이 먼저 움직이면서 더 큰 회전과 힘을 만들어내요.

제가 예전 미국 투어를 뛸 때 맥길로이와 같은 코치에게 레슨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당시 맥길로이도 퍼팅에서 포워드 프레스를 많이 썼던 걸로 기억해요. 코치는 '이런 트리거가 있으면 긴장되는 상황에서 더 자신 있는 샷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었어요. 다만 요즘의 맥길로이는 퍼팅에서도 예전만큼 손을 앞으로 보내지 않아요. 저는 이걸 장비와 코스 길이의 변화로 봐요. 포워드 프레스처럼 작은 트리거는 정확성에 유리하지만, 체중을 크게 옮기는 트리거는 거리에 유리해요. 코스 전장이 길어지고 거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체중을 옮기는 쪽을 선택하는 선수가 늘었다고 저는 생각해요.

04좋은 트리거의 세 가지 조건

트리거 종류는 다양해요. 손을 앞으로 밀든, 체중을 옮기든, 고개를 살짝 돌리든, 오른쪽 무릎을 살짝 밀든 상관없어요. 다만 좋은 트리거가 되려면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1. 움직임이 크지 않아야 합니다트리거가 너무 커지면 리듬이 끊기거나 새로운 동작이 생길 수 있어요. 좋아하는 선수의 스윙을 봐도 '트리거가 있었네'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작은 게 정상이에요.
  2. 급하지 않아야 합니다트리거를 시작하는 테이크어웨이도, 탑에서 다운으로 전환하는 순간도 절대 급해서는 안 돼요. 급해지면 아무리 좋은 트리거라도 낯선 동작이 되어 몸의 연결이 깨져요.
  3. 몸 전체가 연결돼야 합니다손만 가거나 어깨만 가는 게 아니라, 체중이 옮겨지고 골반이 반응하고 상체가 회전되고 팔이 따라가고 클럽이 움직이는 유기적인 흐름이어야 해요.

05임성재 선수의 무릎, 트리거일까 루틴일까

임성재 선수는 백스윙 전에 무릎을 살짝 튕기는 동작으로 유명해요. 얼핏 보면 이게 트리거처럼 보이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짚어요. 무릎을 튕긴 직후 바로 출발하는 게 아니라, 그 사이에 오른쪽으로 살짝 체중을 이동시키는 움직임이 숨어 있어요. 무릎을 튕기는 동작 자체는 루틴에 가깝고, 실제 테이크어웨이를 출발시키는 트리거는 그다음의 작은 체중 이동이라고 저는 봐요.

결국 트리거의 목적은 하나예요. 내가 억지로 클럽을 들어올리는 게 아니라, 체중이 오른쪽으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백스윙이 들리고, 다시 왼발로 체중이 넘어오면서 다운스윙이 시작되는 그 느낌을 몸으로 익히는 거예요.

06공 네 개로 익히는 연습법

이 트리거와 체중 이동의 느낌을 동시에 익힐 수 있는 연습법이 있어요. 공 4개를 일렬로 세우세요. 간격은 한 뼘이 조금 안 되게 좁혀야 해요. 간격이 너무 멀면 다음 공으로 이동할 때 발 하나만큼 옮기기가 어려워지고, 너무 많이 이동해야 해서 공을 맞추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스윙을 이어가며 공을 하나씩 쳐 나가는데, 포인트는 방향이에요. 앞으로 걸어나가면서 치는 게 아니라, 앞에서 뒤쪽으로 걸어오면서 쳐야 해요. 앞으로 걸어나가면서 스윙하면 오른쪽 골반이 막혀버리고, 반대로 뒤로 걸어오면서 스윙하면 오른쪽 골반이 열리는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요.

뒤로 걸어오면서 트리거와 체중 이동을 동시에 익히는 연습
뒤로 걸어오면서 트리거와 체중 이동을 동시에 익히는 연습
뒤로 걸어오면서 트리거와 체중 이동을 동시에 익히는 연습 영상 캡처 · SBS Golf 아카데미 제공

이때 느껴야 할 건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내가 억지로 만들지 않는 느낌, 두 번째는 내가 어디로 던질지만 결정해주면 되는 느낌이에요. 오른쪽 골반이 잘 열리면 원하는 위치로 클럽이 알아서 던져진다는 게 제가 드리고 싶은 설명이에요.

07손으로 트리거를 만들 때, 어디까지 밀어도 될까요

많은 아마추어 골퍼가 트리거라고 하면 타이거 우즈처럼 손목을 앞으로 밀었다가 출발하는 동작을 떠올려요. 그런데 이 동작을 너무 크게 하면 '손장난'이 되기 쉬워요. 손을 너무 많이 밀면 클럽의 로프트가 낮아지거나 페이스가 열릴 수 있고, 어깨 라인 정렬까지 틀어질 수 있어요.

기준은 간단해요. 정면에서 봤을 때 팔과 샤프트가 일직선이 되는 정도까지만이에요. 그 이상 밀었는데도 여전히 각이 남아 있다면, 준비가 잘 안 된 거예요.

08오늘의 숙제

오늘 배운 연습법을 직접 해보시는 게 숙제예요. 다만 조건이 하나 붙어요. 안전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에요. 뒤로 걸어가며 스윙하는 연습이라 뒤쪽에 사람이 없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해요. 앞쪽에 드로우 구질을 연습하는 분이 있는지도 살펴야 하고, 같은 공간에서 반대 방향으로 연습하는 분이 있다면 서로 합의하고 진행하는 게 좋아요.

공 개수는 공간에 맞게 조절하시면 돼요. 여유가 있다면 네 개에서 다섯 개까지 늘려서 연속으로 쳐보시는 것도 좋아요. 트리거 자체는 정답이 하나가 아니에요. 정확성을 원한다면 손으로 살짝 포워드 프레스를, 힘 있는 스윙을 원한다면 체중을 오른쪽으로 넘기는 반동을 트리거로 삼아보세요. 이 둘 중에서 본인에게 맞는 트리거를 직접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LAB #트리거#백스윙
홍순상 프로
홍순상 프로 · 투어 프로
투어 프로. SBS Golf·헤지스 골프·닥스 골프 등에서 필드 매니지먼트와 실전 스윙 레슨을 연재한다.